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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성희롱 사건이 남긴 교훈

  • 관리자
  • 2012-04-09 14: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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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성희롱 사건이 남긴 교훈

- 근로자의 아픈 숨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대화 창구 필요 - 

 
 

한국갈등해결센터 상임이사 이희진

 

 

사진출처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노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조정하면 주로 단체교섭 과정의 노동쟁의 조정을 쉽게 떠올린다. 하지만 조정은 개별노동분쟁에 있어서도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바로 미국의 고용평등기회위원회(EEOC)의 고용차별, 성희롱, 근로조건에 관한 갈등조정(Mediation)이다.

 

지난 2009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기업인 금양물류에서 한 여성근로자(A씨)의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 14년이 넘게 사내하청에서 일하는 동안 기업의 사업주는 7번이나 바뀌었고, A씨는 직속상사(조장, 소장)로부터 지속적으로 심한 성희롱을 겪어왔다. ‘좋아한다, 사랑한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우리 둘이 자고 나서 입 다물면 누가 알겠느냐”고도 했다. 욕설은 물론 신체적인 접촉도 서슴치 않았다. 하청근로자인 A씨는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자신의 핸드폰에 남아 있는 문자와 통화내역을 한 동료에게 보여주자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었다. 그 해 12월 그녀는 ‘정직 6개월과 보직변경’을, 다시 ‘감봉 3개월, 시말서 제출’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A씨는 2010년 10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들에 대해서 고용승계책임 판결이 내려진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성희롱 진정을 제기하였다. 그러자 A씨는 하청업체로부터 해고를 당했고, 결국 회사(금양물류)는 폐업했다.

 

해고가 끝이 아니었다. 지난 해 10월 14일,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자 정직원 관리자와 경비들이 달려들어 A씨를 폭행했다. 정규직 원청 관리자들이 나와 “여기는 현대 땅이니까 나가라! 아줌마, 쪽팔리지도 않냐?”고 하며 A 씨를 양쪽으로 잡아 끌며, 짐짝처럼 옮기는 일을 서슴치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을 완강히 부인해 왔다. 그러나 결국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 1월 성희롱 사실을 인정했고,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현대차의 입지를 확고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검찰 역시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양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현대차 사내하청 사업주의 성희롱 책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우울증) 등으로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재해로 인정을 받았다.

 

그 후 A 씨는 올 해 2월 현대차 아산공장 내 물류 하청업체인 형진기업(주)으로 복직하기로 합의했다. 성희롱 가해자는 피해자 복직 하루 전인 1월 31일부로 해고되었다. A 씨는 해고기간에 대한 임금도 지급받았다. 회사는 피해자 해고시점인 2011년 9월 20일부터 복직시점까지 발생한 임금(업무상재해로 받은 휴업수당을 제외한 금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결국 2009년부터 시작된 싸움은 만 2년이 되어서야 종결되었다. 그동안 성희롱 2차 피해는 물론 뼈를 깎는 듯한 수많은 고통과 아픔을 견뎌내야만 했다.

 

이번 사건은 사내하청의 기업구조에서 흔히 발생하는 고충 중의 하나이다. 성희롱과 같이 심각한 인권의 침해를 가져오는 사건은 물론 사건의 종류와 경중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하청근로자들은 숨을 죽이고 살아가고 있다.

 

금양물류와 같이 14년 동안 7번이나 사업주가 변경되었다면 평균 잡아 2년에 한번 꼴로 사업주가 변경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고용승계 문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하청근로자들의 아픈 숨소리를 제대로 들어 줄 수 있는 사람 또는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그들의 고충과 갈등을 들어주고,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기재가 절실히 필요하다. 여성근로자를 정문에서 끌어 내치기보다는 조금만이라도 귀 기울여 줄 필요가 있다. 사전에 미리 대처했더라면 피해자의 2차적인 피해, 정신적인 충격, 인권의 유린, 장시간의 고충, 소모적인 갈등비용 등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에는 사업주의 책임이며, 원청의 책임이기도 하다. 이를 사전에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근로자의 숨통을 트이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사회의 소통부재는 기업의 소통부재, 조직의 소통부재, 개인의 소통부재로 이어진다. 이제는 우리 기업도 근로자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만일 금양물류가 성희롱 피해자 A 씨와 가해자들에 대해서 신속하고 공정한 조치를 취했다면 근로자들은 건강한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 역시 사업주의 책임은 변론으로 하더라도 근로자 A 씨의 문제를 외면하기보다는 이해관계자의 폭을 넓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주었더라면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가해자들 역시 현재는 해고된 상태이다. 어찌 보면 법적으로 정당하며, 당연한 일이다다. 하지만 이러한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기 이전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을까? 피해자에게는 진정한 위안과 또 다른 피해를 주지 않고, 다시금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 줄 수는 없었을까? 그들 스스로 대화를 통해서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이제는 당사자들이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조정을 통해서 대화의 창구를 만들고, 공정한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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