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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갈등발생과 해결의 공통어 “관계”

  • 관리자
  • 2012-07-03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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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발생과 해결의 공통어 “관계”

한국갈등해결센터 전문위원 김상규

 

 

우리네 삶만 양쪽 끝으로 치닫는 게 아닌 모양이다. 벚꽃 흐드러진 게 어젠가 싶더니,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아래에서 흠뻑 취해볼까 했더니... 덥다. 꽃잎 길 걸으며 잊혀진 옛사랑 기억이라도 더듬는 건 다음 봄으로 미뤄야 할 모양이다. 우리 삶의 무절제함이 이런 기후변화를 일으킨 건지 아니면 기후변화가 우리 삶을 자꾸 강퍅하게 만드는 건지 그 선후야 고명하신 학자 분들에게 맡겨두어야 할 것이고 삶과 기후사이에 관계가 깊다는 것만큼은 시간이 흐를수록 명확해진다.

 

사람과 외부요소의 관계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듯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또한 우리 살림살이의 가장 중요한 변수이며 구성요소라는 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 일 것이다. 특히 한국 사람에겐 관계라는 문제에 가중치를 두는 정도가 서양인에 비해 대단히 높다. 일찍이 신영복 선생님이 ‘강의’라는 동양고전 독법 책에서 정리하신 바와 같이 신과 나와의 문제로부터 삶을 규정짓고 ‘존재론’이라는 철학적 기반에서 생을 바라보는 서양인과 달리 우리 사람들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론’에서부터 자신을 규정하고 타인과 나의 관계가 곧 그 사람의 존재 자체로 이해되기도 한다. 신영복 선생님은 다분히 이러한 동양인의 삶의 태도가 조화 또는 화합이라는 상생적 가치를 잉태하게 되고 이는 이어 받고 더욱 살려내야 할 가치로 말씀하신 바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개인갈등이 발생하고 증폭되는 측면에서는 이러한 관계중심의 사고는 좀 더 깊이 들여야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때론 이러한 관계중심의 사고가 집단주의적 삶의 태도와 혼동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말이다. 아니 한국사회 주류 집단 내에서는 대단히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보인다. 한국인의 경우 자신이 어떠한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점과 그 집단 내에서 구성원들과의 관계가 어떠한가를 중심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이는 그대로 갈등상황에도 반영되어 갈등이 발생할 때 갈등상대방과 자신의 관계 속에서 갈등을 바라보고 대부분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대응만 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기업 내 의사결정권자와 갈등이 발생한 부하직원의 경우 하급자가 취하는 태도는 바람직한 직장생활을 위해서 그 상사와의 관계유지는 대단히 중요한 가치라는 전제에서 비롯된다. 이에 따라 부하직원은 갈등원인에 본질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그저 봉합하거나 인내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대응이 된다. 이러한 소극적 대응과 해결방식이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동일한 갈등의 재발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갈등당사자 개인에게 뿐만이 아니라 조직 전체에도 긍정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점일 것이다.

 

사람이 어떤 경우에도 혼자 살 수 없다는 관계를 중시하는 입장이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것과 이것이 오히려 조직 내 갈등을 더 악화시키는 측면은 구분하여야 할 것이다. 즉 관계중심의 사고는 집단적 가치를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따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타인(특히 조직 내에서 권한이나 영향력의 하위에 있는 자)의 가치와 존재에 대한 존중을 그 전제조건으로 한다는 측면에 더 관심을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자신이 조직 내에서 어떤 형태로든 힘에서 우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욱 더 새겨볼 일이다.

 

그러나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말을 쉽고 실천은 어렵다. 오늘 아침에도 딸아이에게 가족관계의 중요성과 여중생이 취하여야 할 태도라는 우아한 테마를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데시벨로 강요했던 한 가장의 모습을 생각할 때 더욱 어렵다. 갈등과 차이를 바라보는 중립적 태도, 상대적 약자 중심의 관계론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아! 벚꽃 흐드러지고 삽상한 밤공기 속에서 딸아이와 삶의 문제를 담담히 이야기 할 수 있는 봄날은 언제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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